성평등 활동을 하면서 늘 고민되는 게 하나 있다. 교육이 실제로 효과가 있을까라는 의문이다. 학교나 직장에서 의무적으로 진행하는 교육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최근 한국일보 기사에 따르면,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받은 남성 중 일부는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교육 자체를 거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실제로 나도 지인을 통해 비슷한 사례를 접한 적이 있다. 한 중견기업에서 의무적으로 실시한 성평등 교육 후, 남성 직원들 사이에서 ‘우리만 왜 이렇게 공격받나’라는 불만이 터져 나와 오히려 사내 분위기가 험악해졌다고 한다. 교육 내용이 통계적으로 남성의 성차별적 발언 비율을 강조하는 데 치우쳐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접근은 교육의 본래 목적인 인식 개선을 저해하고, 집단 간 갈등을 부추길 위험이 크다.
문제의 핵심은 교육 방식에 있다. 많은 교육이 일방적인 주입식으로 진행되거나, 특정 성별을 비난하는 식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수용자가 방어적으로 변해 오히려 반감만 커진다. 진정한 변화를 원한다면 상대방의 경험과 관점을 존중하면서 대화를 이끌어내는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나는 교육 현장에서 자주 사용하는 세 가지 단계를 제안한다. 이 단계들은 실제로 내가 운영하는 소규모 스터디 그룹에서 시도해본 결과, 참여자들의 만족도와 실천 의지가 크게 향상된 경험이 있다.
단계 1: 공감을 먼저, 비판은 나중에. 교육을 시작할 때는 먼저 참여자들의 일상적 경험을 물어보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불편했던 순간’을 각자 이야기해보게 하면, 성별과 관계없이 공감대가 형성된다. 그다음에 구조적 문제를 설명하면 수용도가 높아진다.
단계 2: 구체적 사례와 데이터를 활용하라. 추상적인 개념보다는 실제 통계나 뉴스 기사를 보여주는 게 효과적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OECD 최고 수준이다. 이런 구체적 수치를 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체감하게 된다. 또한, 최근 드라마나 영화 속 성역할 고정관념을 분석하는 활동도 좋다.
예를 들어,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이 남성 중심적 법조계에서 겪는 어려움을 분석하거나, 영화 ‘기생충’에서 계층과 성별이 교차하는 지점을 토론하는 식이다. 이런 대중문화 콘텐츠는 참여자들이 친숙하게 느끼고, 자신의 경험과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단계 3: 행동 계획을 세우도록 유도하라. 교육이 끝난 후에 ‘앞으로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을 적어보게 하면, 단순 인식에 그치지 않고 변화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회의에서 여성 의견이 끊길 때 ‘잠깐, 마저 말씀해 주세요’라고 말하기, 육아휴직을 주저하지 않고 쓰기 등이다. 이런 작은 약속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든다.
한 참여자는 교육 후 ‘앞으로는 회의에서 여성 동료가 말을 하려고 할 때 먼저 발언권을 넘겨주겠다’는 다짐을 했고, 실제로 그렇게 실천하면서 팀 내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후기를 전해주었다. 이처럼 구체적인 행동 목표는 교육의 효과를 지속 가능하게 만든다.
교육의 효과를 더 높이기 위해서는 사후 관리도 중요하다. 교육 후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에 참여자들의 변화를 확인하고, 어려운 점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하면 좋다. 예를 들어, 3개월 후에 간단한 온라인 설문이나 짧은 모임을 통해 ‘실천한 행동 중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을 나누면, 서로에게 동기부여가 된다.
또한, 교육 설계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것도 필요하다. 교육 대상자들의 사전 설문을 통해 그들이 어떤 주제에 관심이 있고, 어떤 방식으로 배우길 원하는지 파악하면, 교육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 실제로 한 대기업에서는 사전 설문 결과를 반영해 ‘성평렁과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교육을 구성했더니, 참여율과 만족도가 크게 올랐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성평등 교육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참여자의 자발적 동참을 이끌어내는 설계가 중요하다. 비판보다 공감, 추상보다 구체, 인식보다 행동으로 나아가야 한다. 물론 한 번의 교육으로 모든 게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속적이고 개선된 접근이라면 분명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자영업을 하면서 직원들과 이런 대화를 자주 나누려고 노력 중이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더 편안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변화는 작은 대화에서 시작된다.